지금의 위기는 자본주의문명의 붕괴위기다

2012. 11. 20. 11:27국내외경제소식

디플레이션발 대공황에 대한 관점



헤리 덴트나 프레쳐, 우리나라의 세일러는

기본적으로 1930년대식 대공황의 도래를 예측하고 있다.

최근 헤리덴트의 주장이 언론을 타면서 그들의 논리가 다시 재조명이 되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의 주장에는 허점이 있다.

물론 그들의 주장은 다 틀리고 제 주장이 다 맞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니다. 양측의 논리에 대해 잘 고민해 보시고 스스로 판단하셔야 한다!!

..

1930년대식 대공황이란 극심한 디플레이션 현상이

기존 경제 시스템에 큰 충격을 가하면서 벌어진 사건이었으며,

다들 아시다시피 세계 2차 대전을 거치면서 대공황의 그늘을 벗어나 새로운 부흥의 시대로 나아가게 되었다.

그럼 당시 대공황과 앞으로 우리가 경험하게 될 붕괴의 시대는 어떻게 다를까? 일단 과거 대공황 시절은 기본적으로 금본위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지금하고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그 때 달러와 지금의 달러는 본질적으로 다른 화폐다.

많은 디플레이션발 대공황주의자들이 이점을 놓치곤 한다.

그리고 당시 대공황의 표면적 문제점은 유동성 부족이었고

당연히 재빠르게 대처해야 될 FED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위기를 키우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FED가 상황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의도적으로 위기를 키웠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저는 후자로 봅니다만...ㅋㅋ)


즉 당시의 위기는 표면적으로 극심한 위기의 모습을 띄고 있었지만

달러 시스템을 놓고 보았을 때는 달러 시스템의 재구성 과정이었지

시스템 붕괴 과정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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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 덴트나 프레쳐, 그리고 세일러의 공통점은

자본주의의 발전을 선순환 과정으로 본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공황을 외치지만 본질적으로 낙관론자들이라 볼 수도 있다. 오를 때가 있으면 떨어질 때도 있고 급격한 하락이 올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자본주의 자체의 붕괴는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이 앞으로 닥칠 대공황이 자본주의 붕괴 수준의 위기라고 생각했다면 달러를 사라는 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1930년대 대공황은 전 세계가 겪은 심각한 독감이었지만 그렇다고 전 세계 자본주의 시스템이 붕괴된 건 아니었고

그 이후 자본주의는 과학의 발달과 함께 더욱 복잡하고 매력적인 존재로 발전해 나갔으니까.....


하지만 제가 줄곧 주장해온 바,

작금의 경제 위기는 단순히 자본주의 순환과정에서의 위기가 아니라

에너지, 식량, 환경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석유를 정점으로 한 착취의 자본논리가 그 한계에 이르면서 표출된 인류 최대의 종합적인 위기다. 그리고 더 나아가 석유를 기반으로 한 현대 자본주의의 붕괴 과정이기도 하다.


복잡성 이론에 기반하여 현 위기를 분석하는 사람들은

현재의 자본주의는 결국 그 자체의 모순이 누적되어

붕괴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본다.

즉 앞으로 닥칠 위기는 과거에 반복된 경제적 위기라기보다는

석유와 달러에 기반한 자본주의 문명의 붕괴!

즉 인류 역사상 최고로 드라마틱하고 혼란스러운

붕괴의 고통을 겪게 될 것으로 예견한다.


또, 화폐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달러와 같은 순수한 신용화폐 시스템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앞으로의 위기가 자본주의 순환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위기가 아니라 신용화폐를 정점으로 하는 신용

자체의 붕괴, 즉 종이의 붕괴 과정으로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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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기본적으로 후자의 관점이 더 타당하다고 본다.

추후 상승을 위한 일시적 하락이 아니라

기존의 패러다임이 수명을 다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는 시대의 변화로 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닥칠 위기의 정도를 예측할 때

헤리 덴트나 세일러에 비교해 더욱 심한 비관론자다.

..........

사실 제가 인터넷에 경제 관련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세일러란 분이 앞으로 닥칠 경제 위기에 대한 경고를

아고라에 올리면서부터다.

당시 세일러의 글을 보면서 그의 논리 보다는

차라리 달러 붕괴와 금의 급등을 예견한 소에지마 다카히코의 주장이

더 합리적이라고 느꼈었다.


사실 세일러가 말하는 경제 대공황은 결과만 놓고 보았을 때

제가 생각하는 경제 붕괴와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그 분이 주장한 풀뿌리 외환보유고 주장에는 도저히 동의할 수가 없었다.

저는 오히려 달러의 붕괴와 그에 따른 하이퍼 상황,

결과적으로 신용화폐가 붕괴될 것이라 생각을 했기 때문에

더군다나 양적완화가 시작되는 시점에서도 달러 보유를 주장하는 그의 주장이 지나치게 정치적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만 하더라도 하이퍼란 단어 자체가 받아들여지질 않았습니다. 사실, 하이퍼란 말이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주류 경제학에서는 하이퍼란 매우 어처구니없는

경제 정책 실패 사례로 보고,

앞으로 하이퍼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주장을 일축해왔다.


특히 제도권 경제학자들에게 하이퍼란 인정하기 싫은 부담스런운 사회 현상으로 경제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지요.

하지만 최근 여러 논객들이 하이퍼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하고

주류 언론에서도 종종 다루어지는 것을 보면서

최근 2~3년 새 세상을 보는 시각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전 세일러의 글을 보니 하이퍼는 일반 인플레이션이 아니다!라고 주장을 하며 하이퍼 또한 디플레이션의 다른 얼굴임을 주장하고있다.

이 주장은 기본적으로 맞는 내용입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일반적인 인플레이션과는 전혀 다른 존재다.

하이퍼란 일반적인 인플레이션의 확장형이 아니라

시스템의 실패를 의미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디플레이션발 대공황과

유사한 결과를 낳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세일러가 자신의 견해를 바꾼 것은 아니다.

실제로 세일러나 프레쳐의 글을 보면 과도한 화폐 발행으로 인한

하이퍼 발 대공황의 가능성을 아예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 개인적으로는 과거 대공황의 틀 안에서

세상을 보고 있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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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이션 대공황론자들의 주장의 근본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신용팽창 기능에 의존하고 있고

그 신용팽창이 어느 수준을 넘어선 이후 축소하기 시작하면

아무리 본원화폐를 시장에 주입해도 신용창조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디플레이션 상황을 피할 수 없다!가 핵심이다.

그럼, 2008년 이후 대공황론자들의 주장처럼 디플레이션 상황이 발생했나요? 작년 유럽의 위기로 대공황론자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기도 했지만 그들이 말한 붕괴는 일어나지 않았다.


최근 그리스의 붕괴를 예측한 보자트란 분의 예측도 빗나갔지요.

그러면 반대로 양적완화로 인한 극심한 인플레이션 발생과

그로 인한 금과 은의 급격한 상승을 예측한 사람들의 견해가 맞았을까? 재미난 게 그들의 주장 또한 그다지 정확하지 않았다.

인플레이션은 그들의 우려를 초과하지 않았고

최근 금과 은의 가격을 보면 인플레이션을 따라가는 것조차 버거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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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디플레이션 공포가 시장을 지배했다가

그 다음에는 인플레이션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고,

또 그다음에는 어김없이 디플레이션 공포가 등장한다.

그리스가 붕괴될 듯 하다가 돈을 풀어 해결하고

해결 됐다고 하다가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위기가 또 표출된다.

보는 관점에 따라 디플레이션 대공황주의자들의 의견이 100% 맞아 보이기도하고 반대로 하이퍼 발 대공황주의자들의 의견이 100% 맞아 보이기도 한다.


우리나라만 봐도 부동산과 같은 자산현상은 디플레이션 현상을 보이지만 식료품과 같은 물가는 인플레이션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지금 시장은 혼란 그자체입니다.

재미난 것은 디플레이션 대공황이 발생하던

신용화폐의 붕괴로 인한 하이퍼가 발생하던

그 결과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특수 계층으로 부의 이전이 일어날 것이고

동시에 중산층과 서민층들의 대 붕괴가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대공황을 대비하는 방법에서는 크게 차이가 있다.

헤리덴트와 같은 디플레이션 발 대공황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결국 ‘달러’를! 반대로 하이퍼 발 대공황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결국 ‘금’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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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우리는 지금 시장의 특수성을 이해해야만 한다.

지금 시장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양면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에

현 위기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큰 어려움을 당할 수 있다.

지금 위기의 본질은 유동성 부족이 아니라

과도한 신용창출 또는 파생상품의 남발로 인한 금융기관의 지급불능 문제다. 그리고 겉으로 드러나는 그러한 금융기관의 문제점의 근저에는 그 어떠한 가치에도 연동되지 않은 Fiat Currency(신용화폐)의 본질적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즉, 미국의 달러가 신용화폐로서의 수명을 거의 다했다고 본다.

물론 그렇다고 당장 달러가 붕괴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달러의 붕괴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고

그 붕괴 시기는 결국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본다.

물론 팽창과 축소를 반복하는 시장 특성상

달러의 강세가 오는 시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달러의 강세는 삼일천하에 머무를 것이다.

지금은 달러의 영향력, 미국의 경제상황 등 모든 국제정치학적 변화를 고려할 때 미국은 강달러를 견뎌낼 체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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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시장은 양면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에

결국 판단은 자신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을 것 같이다. 다만 하이퍼 상황으로 가면서 신용화폐가 붕괴되면

달러가 되었건 엔화가 되었건 모든 종이 화폐는 휴지가 될 것이다.


하지만 금의 경우 하이퍼 상황에서 뿐만 아니라

디플레이션발 대공황 상황에서도 자신의 몫을 해낼 것이다.

100달러 지폐는 그 본질이 아무런 가치 없이 종이 쪽지이지만

금은 그 자체로 가치를 갖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면

왜 위기에는 금인지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겠지요!


100달러짜리 지폐와 100달러 가치의 금은 액면가는 같지만

그 본질은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있으며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세상은 사람들에게 줄곧 거짓말을 해왔지만

그렇다고 종이돈의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니까.

(1944년 브레튼 우즈 체제하에서 금 1온스는 35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지금은 1700달러가 넘지요..)


종종 금이 오르는 것은 인플레이션 효과일 뿐이라고 말하며

굳이 애써 금과 은을 평가절하 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가 금과 은을 사는 이유가 바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항이요,

좀 더 본질적으로 화폐의 실패를 예상하기 때문이다.


출처: 달러와 금 관련 경제소식들: 비빔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