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받을 용기’ 필요했죠” 지진 경고 무라이도쿄대 명예교수의 고백

2021. 3. 19. 00:48자연재해와 전염병

p
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0934976&memberNo=28643647
 

“‘비난받을 용기’ 필요했죠” 지진 경고 도쿄대 명예교수의 고백

[BY 일요신문] [일요신문]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꼬박 1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일본인들은 대지진에...

m.post.naver.com

[일요신문]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꼬박 1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일본인들은 대지진에 대한 공포를 안고 살아간다. 일본은 섬나라 특성상 태풍, 해일, 화산폭발 등 자연재해가 빈번하다. 오죽하면 스스로 ‘자연재해 대국’이라 부를 정도다. 특히 지진이 많은 편인데, 유감지진(사람이 느낄 수 있는 흔들림)이 1년에 무려 1000~2000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계산하면 하루 평균 3~6번의 지진이 일어나는 셈이다. 상황이 이러니 많은 전문가는 지진의 전조를 관찰하고 사전에 예측하는 데 주력한다. 그 가운데 무라이 슌지 도쿄대학 명예교수가 “3월 하순까지는 대지진에 최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종을 울려 관심을 모은다. 
지난 2월 트위터 통해 후쿠시마현 앞바다 지진 경고

사진=무라이 슌지 도쿄대학 명예교수 트위터
“최근 며칠간 지역을 특정할 순 없습니다만, 큰 지진이 일어날 전조증상이 발견됐습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일주일간 경계를 게을리 하지 말아주세요.”

지난 2월 5일, 무라이 슌지 도쿄대 명예교수는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 그가 SNS를 통해 지진 관련 호소를 한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8일 뒤인 2월 13일. 무라이 교수의 경고대로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는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했다.
 
그가 발견한 전조증상이란 무엇일까. 무라이 교수는 “도호쿠(東北) 지방은 1월 중순까지 계속 지진 위험 지역 상위권에 포함돼 있었다”고 전했다. 그런데 갑자기 2월 초 움직임을 멈췄다는 것. 그는 “이상변동이 이어진 뒤 정온상태가 찾아오면 곧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동일본 대지진에서도 발견된 현상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그가 오랜 연구를 통해 얻어낸 ‘확률 예측’이다. 무라이 교수는 “‘어떻게 알려야 할지’ 고심하다가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도록 트위터에 발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비판을 받겠다는 각오였다. 이 같은 결심에는 “지난 10년 내내 품어온 회한이 깔려 있다”고 한다. 본래 무라이 교수는 세계적인 측량학자다. 1983년 도쿄대학 생산기술연구소 교수로 취임, 1992~1996년까지 아시아인 최초로 국제사진측량·리모트센싱학회 회장을 맡았다. 측량학자였던 그가 지진 예측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이다.

무라이 교수는 일본 매체 ‘주간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털어놓았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기 1개월 전부터 도호쿠 지방의 지표가 비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당시 ‘이것은 대지진의 전조다’라고 생각했지만, 세상이 시끄러워질까봐 차마 주의 환기를 하지 못했다. 또 ‘예측이 빗나가면 망신을 당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렇게 몸을 사린 결과 수많은 희생자들이 나오고 말았다. 연구자로서 정말 많이 후회했다. 측량학자로서의 명예를 잃더라도, 같은 실수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제 예측을 알리기로 결심했다.”
무라이 교수 “동일본 대지진 당시 전조 증상 못알린 후회 커”

일본 네티즌들은 “무라이 교수의 말대로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야후재팬 캡처
이후 무라이 교수는 지진 예측에 매진해오고 있다. 2013년에는 주식회사 ‘지진과학탐사기구(JESEA)’를 설립했다. 그가 지진을 예측하는 방법은, 일본 국토지리원이 전국 1300개 지역에 설치한 전자기준점의 지각을 분석하는 것이다. 가령 기준점의 1주일간 상하동을 기록한 ‘이상변동’, 장기적인 관점의 ‘융기침강’, 동서남북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수평방향 움직임’ 등 3가지 주요 지표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2020년에는 인공지능(AI)을 도입해 기준점의 자료를 보다 정밀하게 분석하고, 지표의 움직임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전국을 14개 구역으로 나눠 위험도를 5단계로 판정하고 있으며, 지진 예측 데이터는 메일 매거진 ‘주간 메가(MEGA)지진 예측’을 통해 발신한다. 적중률이 상당히 높아서 유료 회원 수는 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간포스트에 따르면 “2월 22일 무라이 교수가 향후 지진이 일어날 장소와 시기, 규모 등 구체적인 예측 정보를 메일 매거진에 알렸다”고 한다. 다음은 무라이 교수가 발신한 내용이다. “복수 데이터 분석 결과 이상이 발견됐습니다. 지역: 도호쿠 지방에서 홋카이도 태평양 해안 또는 육상 구역, 시기: 2월 22일~3월 20일경, 지진 규모: 매그니튜드 6.0±0.5”

일본 기상청은 “2월 13일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강진이 10년 전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의 여진”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무라이 교수는 “새로운 지진의 징후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전국에서 지표 대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일본 열도 전체가 불안정한 상태로, 특히 도호쿠 지방의 지표 움직임이 현저하다. 3월 하순경까지는 최대한 주의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러한 사실이 보도되자, 일본 네티즌들은 대체로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는 반응이다. 한 네티즌은 “최근 뉴질랜드에서 거대 지진이 잇따르고 있다”며 “같은 ‘불의 고리(환태평양조산대)’에 속하는 일본도 무라이 교수 말대로 최대한 지진에 대비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혹여 지진이 발생하지 않아도 “무라이 교수가 사과할 일이 아니다는 의견도 많았다. 한 네티즌은 “두려워하지 말고 뭔가 이상이 있으면 계속 정보 발신을 해 달라”며 당부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