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과 꿀 대신 오일·가스 대박 … 이스라엘 에너지 기적

2022. 4. 27. 00:54성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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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과 꿀 대신 오일·가스 대박 … 이스라엘 에너지 기적

“우리 이스라엘인이 모세에 대해 불만이 좀 있다. 그는 우리를 40년이나 광야를 헤매게 한 뒤 중동에서도 석유가 나지 않는 땅으로 이끌었다.” 이스라엘 건국 영웅 골다 메이어(1898~1978) 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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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스라엘인이 모세에 대해 불만이 좀 있다. 그는 우리를 40년이나 광야를 헤매게 한 뒤 중동에서도 석유가 나지 않는 땅으로 이끌었다.”

 이스라엘 건국 영웅 골다 메이어(1898~1978) 전 이스라엘 총리의 말이다. ‘오일 쇼크’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던 1973년 10월 이스라엘을 방문한 빌리 브란트(1913~92) 당시 서독 총리에게 한 푸념이었다. 모세 덕분에 이집트로부터 해방되긴 했지만, 신이 약속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았던 것이다.

건국영웅은 “모세에 불만” 푸념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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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하나님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약속한 젖과 꿀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셰일 오일과 셰일 가스였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에 앞서 ‘원조 철의 여인’이었던 메이어에게 중동의 적대국에 둘러싸인 채 해외에 석유를 의존하는 현실은 국가 생존에 치명적 약점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이란·이라크 등 중동 산유국들은 아랍 민족인 팔레스타인인을 내쫓고 이 지역을 차지한 이스라엘을 적대시해 석유를 수출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해외 유전을 개발하려 해도 이스라엘에 유전 개발권을 내준 국가에는 석유 수출 금지나 무역 중단 등으로 보복했다. 이스라엘은 별수 없이 필요한 석유와 천연가스를 그나마 덜 적대적인 이집트나 유럽 등에서 국제 시세보다 비싸게 수입해야 했다. 하지만 신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약속한 젖과 꿀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셰일 오일과 셰일 가스였다.

 “몇 년 내 이스라엘은 세계적 석유·가스 생산국이 될 것이다.” 석유 메이저 로열더치셸의 수석 과학자였던 해럴드 바인거 박사는 최근 이스라엘 영자지 글로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셰일 오일 전문가로 266개의 관련 특허를 갖고 있다. 바인거는 2008년 32년간 일한 로열더치셸을 떠났다. 유대계 미국인인 그는 에너지 강국 이스라엘을 꿈꾸며 이스라엘 국적을 취득하는 한편 미국계 석유회사 IDT에너지의 자회사 ‘이스라엘에너지이니셔티브스(IEI)’에 합류했다.

 IEI는 예루살렘에서 남서쪽으로 50㎞ 떨어진 시펠라 분지에서 셰일 오일을 개발하고 있다. 유엔이 인정한 국제에너지기구인 세계에너지협의회(WEC)에 따르면 이 지역의 셰일 오일 매장량은 2500억 배럴(1배럴은 158.9L)에 달한다.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의 확인된 원유 매장량이 2600억 배럴 정도란 걸 감안하면 단숨에 세계 2위의 산유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

셰일 오일 매장량, 사우디 원유 맞먹어

 IEI가 개발권을 가진 지역은 238㎢, 원유 매장량은 400억 배럴에 이른다. 이 회사는 2017년 본격 원유 시추에 나설 계획이다. 2010년대 말 목표 생산량은 이스라엘 군대와 항공업계가 필요로 하는 하루 5만 배럴이다. 이후 시추 기술이 고도화되면 이스라엘의 하루 원유 수입량 27만 배럴을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이 업체는 시펠라 개발로 연간 20억~40억 달러(약 2조2000억~4조4000억원)어치의 원유를 팔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과 세계 금융계 거물 제이컵 로트실드는 각각 IEI를 계열사로 거느린 지니에너지의 지분 5.5%를 1100만 달러(약 122억원)에 사들였다. 이스라엘에서는 시펠라 분지 이외에도 네게브 사막 등 곳곳에서 셰일 오일전이 발견되고 있다. 얼마만큼의 셰일 오일을 매장하고 있고, 경제성이 있는지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스라엘의 지중해 해역에는 셰일 가스 개발이 한창이다. 이스라엘 북부 도시 하이파에서 서쪽으로 130㎞ 떨어진 리바이어던 가스전은 해저 1500m 지점에 셰일 가스가 5380억㎥, 천연가스액이 3400만 배럴, 원유가 6억 배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의 셰일 가스 매장량은 이스라엘이 120년간 쓸 수 있는 양이다. 이 가스전은 성서 욥기에 등장하는 거대 바다 괴물 리바이어던처럼 이스라엘이 세계적 천연가스 강자가 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분석했다. 리바이어던 가스전을 개발하는 미국의 노블에너지 등은 이르면 2016년부터 본격 시추할 계획이다. 호주 제2의 석유·가스업체 우드사이드 페트로리엄은 지난 2월 리바이어던 가스전 지분 매입에 23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리바이어던 가스전 이외에도 지중해 해역에 타마르 가스전(추정 매장량 2500억㎥), 마리-B 가스전(283억㎥), 달리트 가스전(200억㎥) 등을 갖고 있다.

경제성·환경오염 문제 해결이 관건

 이스라엘은 엄청난 셰일 오일·가스에 힘입어 에너지 자립국이 되는 것은 물론 세계적 에너지 강국이 될 수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로 대변되는 중동의 이슬람 산유국들은 그동안 석유를 배경으로 국제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미국·캐나다·이스라엘이 본격적인 셰일 오일 시추에 나서고, 동아프리카의 탄자니아·모잠비크 해역에서 엄청난 셰일 오일전이 발견되며 OPEC의 영향력은 줄어들 전망이다.

 『에너지와 기후 전쟁』의 저자로 에너지 전문가인 피터 글로버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스라엘의 에너지 강국 부상은 OPEC의 에너지 독과점을 파괴하고, 지중해 동부의 에너지 판도를 재편하며, 세계 에너지 중심축을 중동의 전제국가에서 민주주의국가로 이동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정책실 조용권 박사는 “셰일 오일·가스 시추는 아직도 높은 기술장벽과 환경 오염 문제가 있는 만큼 이스라엘의 셰일 오일·가스전이 얼마나 개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정재홍 기자

◆셰일 오일·가스(shale oil·gas)

지표면 부근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셰일층(유기물을 함유한 암석) 안에 갇혀 있는 원유와 가스. 전통적 원유 시추는 지하에 모인 원유를 수직 시추로 뽑아내면 됐다. 반면 셰일 원유를 추출하려면 수직·수평 시추, 수압 파쇄 등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1990년 이후 수압을 이용한 수평 굴착 기술이 발달하고 유가가 오르며 셰일 오일·가스는 경제성을 갖춘 새 에너지원으로 부상했다. 현재는 기술적 한계 등으로 미국만이 셰일 오일을 본격 생산하고 있다.

◆바로잡습니다=5월 22일자 18면 ‘젖과 꿀 대신 오일·가스 대박…이스라엘 에너지 기적’ 기사와 그래픽에서 리바이어던·타마르·달리트·마리-B는 셰일가스전이 아니라 해상 천연가스전이기에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