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을 줄 모르는 인기 '직통계시'

2014. 10. 8. 15:29교회소식


식을 줄 모르는 인기 '직통계시'

1. 직통계시란 무엇인가? 
한 여성이 있었다. 30~40여 명의 목회자들이 그녀를 '모세와 같은 선지자'라며 따라다녔다. 그녀는 하나님의 말씀을 대변하는 사람으로 여겨졌다. 그녀가 하는 말은 곧 '하나님의 말씀'과 다를 바가 없었다. 집회 때마다 그녀는 "하나님 아버지!"를 외쳤고 1~2초가 지나지 않아 "이 원장아 ~하라고 하시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마치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듯한 표현이었다. 하나님 아버지를 찾을 때마다 그분께서 어떤 음성을 들려주신다는 투였다. 월간 <교회와신앙>(www.amennews.com) 1998년 7월호에 보도된 이양원 씨에 대한 설명이다.

 

  
▲ 이양원 씨(마이크 잡고 있는 여성)


이런 형태를 한국교회에서는 주로 '직통계시'란 용어로 설명한다. 정통교회에서 직통계시는 좋은 의미로 사용되지 않는다. 일부 문제 있는 인사들이 신적 존재로부터 직접 음성이나 환상을 듣고 진리라는 것을 깨닫는 것을 일컫기도 한다. 때론 길흉화복을 알게 되는 점술과 같은 형태도 직통계시로 인식하기도 한다. 

예장 통합측이 이단으로 규정(1999년 84회 총회)한 이재록 씨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직통계시’란 용어가 등장한다. 

“지나치게 직통 계시를 강조하여 마치 자기가 하나님으로부터 언제나, 무슨 일이나 계시를 받는 것 같이 말하고 성령의 능력으로 병자들을 치유한다는 사실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기독교 신앙을 무속적 신앙으로 오해하게 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예장 합신측은 2004년, 최온유 씨에 대해 “직통계시를 주장한다"며 이단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 내용들에 따르면 직통계시는 하나님으로부터 직접적인 지시를 받아 자신이 특별한 사명을 부여 받았다는 의미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직통계시 용어 정의도 이에 준해 이해한다면 크게 틀리지 않을 듯하다. 직통계시는 기독교가 용인하는 건전한 범위 안에서의 영적 체험과는 구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이재록 씨



2. 직통계시를 받았다는 단체와 사람들 
그렇다면 기독교사에 있어서 이러한 직통계시로 유명했던 사람은 누구일까? 그 선두주자는 통상적으로 2세기의 몬타너스로 알려져 있다. 몬타너스는 성령체험의 극단적인 현상과 계시와 환상을 주장하는 특징들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기독교이단제설>(강문석·김일천 공저, 1994)에서는 몬타너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성령이 불러주는 말을 사실상 그대로 받아 말하는 것 같이 보인 것은 몬타너스 설법의 큰 특징이었다. ···그들의 예언은 매우 새로운 것이며 또 그리스도의 계시와 같은 성령의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큰 징조라는 것이다. 예컨대 예수님이 로고스의 성육신이었던 것 같이 몬타너스 자신은 보혜사께서 몸을 이룬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면서 설교하였다”(97페이지). 

“그들은 열심히 소리지르며 기도하였으며 예언을 듣고 황홀경에 빠져 들어갔다. 이와 같이 하면서 그들은 페푸자 들판에서 새예루살렘을 영접할 이상한 단체를 조직하였다”(98페이지). 

이미 1850여년 전에 살다간 몬타너스지만 직통계시적 성격에 있어서만큼은 21세기의 직통계시자들이 보여 주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성령이 불러주는 말을 사실상 그대로 받아 말하는 모습이었고 △예언을 했으며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큰 징조라고 주장했고 △열심히 소리지르며 기도하였고 황홀경에 빠져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런 직통계시적 성향은 현대의 많은 문제 단체들에도 고스란히 발견된다. 세계 4대 이단 중의 하나로 분류되는 몰몬교는 자신들의 경전인 ‘몰몬경’(재단법인 말일성도예수그리스도교회, 1967년)에서 창시자 요셉 스미스의 간증을 등장시킨다. 그의 체험은 다음과 같았다. 

“1823년 9월 21일 저녁 ···나는 전능하신 하나님께 기도하고 간구하였습니다. 내가 이같이 하나님을 우러러 간구하고 있을 때 한줄기 광채가 내 방에 깃들기 시작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빛이 점점 퍼져 마침내 내 방은 한낮의 햇빛보다 더 밝아지더니 홀연히 누가 내 침대 맡에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그 분의 발이 마룻바닥에 닿지 않는 것으로 나는 그분이 공중에 서 계심을 알았습니다. 
··· 
그분은 나의 이름을 부르면서 자기가 하나님이 계신 곳으로부터 내게 보내진 천사 모로나이임을 밝히고 하나님께서 내게 시키실 일이 있다는 것을 전하였으며··· 그분이 내게 이같이 판에 관하여 말씀하시는 동안 내 마음 가운데는 시현이 열려 나는 판이 묻힌 곳을 선명하게 똑바로 볼 수 있었으며 그 후 실제로 내가 그곳을 찾아 갔을 때 나는 바로 그곳임을 알았습니다.” 

모로나이라는 천사가 광채를 띠고 나타나 온전한 복음이 쓰인 ‘책’이 묻힌 장소를 알려줬다는 것이다. 그 책을 찾은 스미스는 번역을 할 때도 신의 도움을 받았다고 하고 교회를 세울 때도 계시를 받고 자신들의 단체 안에 예언자, 번역자, 사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는 예언자 학교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 4대 이단 중 안식교의 설립자인 엘렌지 화잇도 직통계시자였다. 안식교에서는 “참교회라 주장하는 교회는 그 속에 예언의 선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우리는 믿는 바이다. 화이트 부인이 그 선물을 가졌으며”(성서기초교리, 335)라고 하였다. 참 교회, 남은 무리의 특징은 계시록 12장 17절에 하나님의 계명과 예수의 증거라고 했는데, 그 예수의 증거가 곧 대언의 영(예언의 신)이며(계 19:10), 그 대언의 영을 화잇이 받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화잇의 계시는 남은 무리, 참 교회의 특징이 된다는 것이다(최삼경·진용식 목사, <안식일교회 대논쟁>, 월간 <교회와신앙>, 1996년 10월호). 

 

  
▲ 통일교 교주 문선명 씨


통일교도 직통계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통일교의 교주 문선명 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인 1936년 4월 17일 부활절 아침에 기도하던 중 예수가 나타나 ‘인류구원사업의 소명이요 공식하명’이라는 메시아 사명을 맡겼다고 주장한다. 그가 몇 차례 거절했으나 예수는 ‘그대가 아니고서는 이 중대한 책임을 감당할 사람이 없다’고 거듭 당부하여 큰 사명을 맡겼다고 주장한다(기독교대한성결교회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건강한 성결인 건강한 교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출판부, 2007년). 

자칭 보혜사요 이긴자라는 에덴성회 이영수 씨에 대해 <한국의 신흥종교>(탁명환, 국제종교문제연구소, 1987년)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960년 4월에는 이상 중에 보니 사닥다리가 이 씨가 다니던 전도관과 하늘에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1961년 8월에는 이 씨가 주님을 직접 만났는데 주님은 너무나 젊고 미남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누군지 모르고 질문을 했는데 ‘나사렛 예수’라고 대답하더라는 것이다. 예수의 손을 잡고 하늘나라에 가서 여호와 하나님을 만나 뵈었다고 한다”(위의 책, 42페이지). 

자칭 재림예수라는 천국복음전도회의 구인회 씨도 직통계시를 받는다. 
“구인회 씨가 부여중학교 3학년 재학중이던 16세 되던 12월 어느날 새벽, 하늘에서 노란 광채가 보이면서 스피커에서 울려 나오는 듯한 다음과 같은 내용의 음성이 들렸다고 한다. ‘사랑하는 내 아들다! 너는 신앙촌에 들어가라’”(현대종교 편집국, <자칭 한국의 재림주들>, 국제종교문제연구소, 235페이지). 

구 씨는 그 후에 또 음성을 듣는다. 1971년 음력 1월 17일의 일이라고 한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이제 만민의 경배를 받으라’ 그러더니 구인회를 중심으로 양편으로 흰옷입은 천사들이 끝이 보이지 않도록 늘어서서 절을 하더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무리가 사라지더니 모든 나무들이 만화에서 보는 것처럼 일제히 달려와서 두 열로 늘어서서 절을 하고는 사라졌다···이어서 또 다음과 같은 음성이 들려왔다. ‘하나님은 조직적이고 과학적이다. 그것은 이사야 11장에 있다’ 그래서 성서를 펴보니 과연 그 구절이 있었으며 그 후부터 가만히 있어도 신구약 66권을 통달했다고 구 씨는 주장하였다”(위의 책, 236페이지). 

직통계시자들에 시한부 종말론자들도 빼놓을 수 없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반에 대거 등장했던 그들의 체험은 황당무계 그 자체다. 이중 H씨가 체험했다는 내용이다. 

"1987년 9월 2일 H가 12시 자정예배를 드리던 중 기도시간에 주님께서 H를 천국으로 부르셨다. 천국은 지구의 북쪽에 있으며 밖에서 보는 천국은 큰 불덩어리로 되어 있었다. 천사와 함께 천국에 도착하니 큰 불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것이었다. 
... 
H가 하나님의 보좌 앞에 도착하자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우편 보좌에서 일어나시더니 H를향해 걸어오시는데 신기한 일은 그 예수님의 보좌에는 예수님이 그대로 또 앉아 계시는 것이었다. 예수님께서 H를 반갑게 맞으시며 '내가 너에게 보여줄 것이 있어 너를 불렀노라'고 말씀하셨다. H는 주님의 손을 잡고 주님이 인도하시는 곳으로 따라갔다"(<마지막 빛의 눈물>, 다베라세계선교회, 1994년, 96~97페이지). 

"어린종들이 본 환상에 의하면 황금독수리가 H전도자를 지키고 있었으며 수많은 천군천사들이 이 숭인동 제단을 겹겹이 진을 치고 지키고 있었고 천사들이 춤을 추고 노래하며 성전의 꽃들이 주님을 찬양하고 있었다고 한다. ··· 

그리고 천사들이 성도들에게 은가루 금가루를 뿌려 주었으며 주님께서 이 날의 예배를 기쁘게 받으시며 성도들에게 직접 안수하시고 축복해 주셨다고 한다. 1990년 8월 20일! 이날을 기해 어린종 H는 이 시대의 전도자로서의 사명이 시작된 것이다. 주님의 공중재림과 지상재림을 예비해야 하며 7년대환난에서 성령님과 더불어 요한계시록을 실현하고 이 땅위에 예수의 이름을 이루게 될 H"(위의 책, 275~276페이지). 

모두 직통계시들이다. 이외에도 '8일 동안 피를 흘려 원죄가 없어졌다'는 만민중앙교회의 이재록 씨도 있다. 그는 △1998년 7월 3일 하나님의 보좌가 만민중앙교회에 내려왔고, 내가 단 위에 오를 때 주님의 제자들이 서서 인사했다 △주님이 금요 철야 때 교회에다 새예루살렘 열쇠를 놓고 가셨다 △선지자들, 주님의 제자들도 나를 보면, 영안이 열려 보시면 목례하는 것 볼 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 교회 신도 중에는 심지어 하나님이 이재록 씨와 비슷한 미소를 짓고 있다, 하나님의 보좌 좌편에 이재록 씨의 영이 앉아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영안이 얼리니 그런 게 보인다는 것이다. 

 

  
▲ 심화실 씨(좌측)


예수님이 현현하여서 육으로 보면 사람인데 영안이 열려서 보면 예수님 자체라는 예수왕권세계선교회(왕권회)의 심화실 씨도 있다. 기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가 왕권회측을 취재할 당시 이 단체의 한 신도는 자신이 수없이 천국과 지옥을 올라갔다 왔는데 갈 때마다 보좌에 심화실 씨가 앉아 있었다며 심 씨 앞에서 고개도 못 들고 있었다. 

이처럼 직통계시를 받았다는 사람들의 실례를 나열하면 한도 끝도 없을 지경이다. 위에 언급한 사람들이 모두 직통계시를 얘기하고 있으며 공통적으로 한국교회가 이단 내지 문제단체로 규정을 한 사람들이다. 

3. 직통계시, 왜 문제인가? 
1) ‘이단 식별론과 유형들(서양, 한국)’(예장총회 출판부)이란 글에서 심창섭 교수가 지적한 바와 같이, 직통계시자들 중에는 자신이 영적으로 직접 받은 것을 강조하면서 자신을 절대복종과 순종의 대상으로 특수화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다. 

2) 정통교회에 대해 참 진리를 이탈하였다고 비판하면서 새로운 교회의 갱신과 진리운동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이럴 경우 기존의 기독교에 환멸을 느끼도록 신도들을 유도하며 공격과 비난을 일삼고 나아가서 기존 기독교를 위선과 거짓 종교집단으로 몰아 붙여 다니던 교회에 분열과 분쟁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문제다. 

3) 직통계시를 받은 사람들을 기본적으로 하나님의 음성을 대변하는 자로 여기는 사례가 많다. 그의 말을 듣고 순종하면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는 것이 된다. 그 사람의 말 한 마디에 신적권위를 부여한다. 겉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부인할지라도 결과적으로 인간을 신처럼 여기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다. 

4) 적지 않은 경우, 직통계시자들은 성경의 권위를 현저히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문제다. 최병규 목사(예장고신 유사기독교연구소장)는 <바른신앙>(2005년 9월호)에 기고한 ‘한국교회와 소위 직통계시의 문제’라는 소논문에서 이와 관련하여 “자신들은 정통기독교가 해석하지 못한 부분들을 해석할 수 있도록 계시를 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요한계시록과 같은 묵시 유사기독교적인 부분들에 대하여 자신들만이 ‘바른 풀이’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들은 그들의 교주가 풀이한 해설서를 성경과 동일한 권위 혹은 성경 위의 권위로 간주한다”고 지적했다. 

4. 직통계시 왜 인기끄나? 
직통계시가 많은 폐단에도 불구하고 초대교회 당시부터 현재까지 판을 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천국과 지옥을 수시로 왔다 갔다 하며 심지어 지옥에서 십자가에 못박혔다는 사람, 부시 대통령이 마지막 때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주님으로부터 계시를 받았다는 사람, 기록하는 천사들이 자신의 옆에서 자신의 설교말씀을 기록한다는 사람 등이 나타나고 있으며 그들을 추종하는 신도들 또한 적지 않다. 한 마디로 직통계시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직통계시의 인기가 식지 않는 이유는 ‘성경만으로는 부복하다’는 악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최병규 목사는 <바른신앙>(2005년 9월호)에서 Hoekema교수의 말을 인용 “그래서 자신들의 주관적인 체험과 해석을 절대화하여 그것을 마치 ‘성경과 동일한 권위’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여긴다”고 지적한다. 

신비적인 것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막연한 호기심도 한 요인이다. 김지철 목사(소망교회)는 국민일보에 기고한 칼럼에서 “누군가가 직통 계시를 받았다고 소문나면, 마치 사울 왕이 답답하여 신접한 여인을 찾아 나선 것처럼(삼하 28:7 이하), 천리 길도 마다 않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떠돌이 그리스도인”들이 있다고 지적한다. ‘하나님의 말씀’과 ‘예언’이란 것을 내 귀로 직접 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호기심과 관심이 문제인 것이다. 

날 사랑하신다는 주님의 사랑 고백은 성경에 넘치도록 있다. 그런데 직통계시를 좋아하는 자들의 경우 대개 이 말씀을 볼 때는 마음에 한 조각 감동이 일지 않는다. 그런데 직통계시자들을 통해 “사랑하는 딸아", 또는 "사랑하는 아들아”로 시작하는 소위 대언 기도를 들으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마음이 흡족해진다. 이 행위가 도가 지나치면 어떤 때든, 무슨 일을 하든 직통계시 예언기도를 받지 않으면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마약에 중독된 것이나 다를 바가 없어지는 것이다. 

 

  
▲ 시한부종말에 빠진 신도들


동아일보의 김준석 기자가 ‘1992년 휴거설 이장림 목사 구속’이란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이 목사는 성경에 나오는 7년 환란설, 천년왕국설 등을 짜깁기하고 유럽연합(EU) 출범 등의 정세를 대입해 ‘종말의 날’을 예언했다. 그는 하나님의 ‘직통 계시’를 받았다는 청소년들까지 동원해 교세를 넓혀갔다. 경찰은 종말론 신도를 전국 250여 교회의 2만여명으로 추산했다. 신도들에게는 현세가 부질없었다. 재산을 버리고 가정도 버렸다. 학생들은 학업을 중단했고 임신부는 아기를 낙태했다. 이 목사는 “세상의 물질적 가치를 포기해야 휴거될 수 있다”며 재산 헌납을 부추겼다. ··· 

혼란이 확산되자 당국은 9월 24일 이 목사를 전격 구속했다. 하지만 이미 불이 댕겨진 ‘집단적 광기(狂氣)’는 식을 줄 몰랐다. ··· 

1년 뒤. 이 목사는 출소 후 가진 첫 설교에서 ‘시한부 종말론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으며 영혼에 대한 마약과 같은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고단한 삶을 잊게 만드는 ‘영혼의 마약’. 그것에 속수무책으로 중독된 우리 사회는 얼마나 허약했던가.” 

김 기자는 ‘우리 사회는 얼마나 허약했던가’라고 되뇌였는데···. 사실 사회가 아니라 교회의 일각이 허약한 것이다. 시한부 종말론에 빠졌던 사람들의 대다수가 교인들이었으니 말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직통계시자들이 판치는 모습을 보면 한국교회 일각의 부실한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